2023. 12. 30. 09:06ㆍ끄적끄적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소설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이구절은
사실 너무나도 흔하게 느껴지고 많이
들어본 문장일 수 있다.
그래서 난 이 구절을 책 표지에서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모의 모든 걸 따라간 후
떠오르는 문장이어야 한다.
모든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몰랐던
모모의 경험과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 종국에
닿게 되는 그 한문장이 바로 저것일 때
그건 단편적인 의미 그 이상
아마 천배 이상의 의미와 감동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관이자 영화감독이자 작가였던 로맹가리
이야기의 풀이와 묘사가 한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을까
최근에 보고 듣고 읽었던
모든 영화와 소설 드라마를
통털어 가장 슬프고도 가슴 먹먹한
처절한 사랑과 인생의 이야기
머리 속에 어떠한 이미지를 넣고
읽어 나가기 보다 주인공 아이의
심리 그 자체만을 숨가쁘게 따라가야
그 깊이를 처절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작품. 작가 #로맹가리 그보다
더 가슴 아픈 또 다른 필명
#에밀아자르

14살이지만 10살인 아랍 소년과
68세이지만 65세 67세이기도 한
유대인 전직 창녀의
이야기
이렇게나 표현하면 꽤나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내용 같지만
내 생애 어디에서도 이렇게나
서로를 사랑하고 위하고
애처로워하는 사이를 본 적이 없다
이건 부모자식의 사랑 그 이상의
사랑이면서 서로를 밑바닥까지
동정하면서 사랑한 두 사람의 이야기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듯
1인층 주인공시점의 소설들은 마치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소설은 정말 그 사람이 겪은 일이 아니라면
이런 표현과 심리적 묘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한사람의
생애 일기와 기록을 보는 기분이었다
#자기앞의생 이 프랑스 소설은
마음 속에 강한 충격에 가까울 정도의
깊은 슬픔과 여운을 주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역으로 검색해 보게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더 놀라운 점이
작가는 작품 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넘어와 살게 된 유대인.
유대인 박해를 피해 폴란드와
프랑스까지 오게 된 그의
잔상은 소설 속 유대인 로자
아주머니의 일생에서도 잘 묘사되어 있다.
소설의 내용이 너무 훌륭해서
#영화자기앞의생
이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에
너무나 좋았는데 이 역시 보기 전에
검색해 보니 원작과 처음과 끝의
설정이 완전히 달라 실망스러웠다는
평이 있어 보기를 포기했다.
두 주인공의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의
슬픔과 공포를 넘어선 사랑은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하기에
원작 소설을 읽을 것을 너무나도
추천한다. 이외에도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배려 사랑 역시 원작 소설
아니면 그 여운과 감동이 충분히
느껴질 것 같지 않다.
아무거나 훔쳐입느라 발목 아래까지
코트가 내려온 모모. 곱슬거리는 긴머리를
정리하지 못해 늘 뒤통수가 툭 튀어나오게
모자를 쓰고 꾀죄죄한 얼굴을 한
이 아랍소년의 마음 속에 이렇게나 큰
사랑이 있을 줄 누가 알겠는가

트렌스젠더인 전직 권투챔피언 롤라아주머니
그리고 창녀의 자식들
그 아이를 맡기고 갔다 다시 찾으러 오는
창녀들
도둑질하고 아무데나 볼일을
보는 아이들
이렇게 글로만 쓰면
가장 밑바닥 빈민가에 살며
두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만 나오는데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이
이세상 누구보다도 희생적이고
책임감 있고 주변인들을 돌보며
사랑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 안의 모든 편견과 인색함이
저절로 반성되게 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머리카락이 32개밖에 남지 않는
몸과 마음 정신이 모두 병든
로자 아주머니
어린 #모모 #모하메드
는 그녀의 과장된 화장과 치매가 와서
교태를 부리는 모습 이 모두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다.
눈동자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는다.
그건 일반적인 아름다움과 다르다.
남은 32개의 머리카락 개수를
다 세고 있을 정도로 자신을
키워준 로자 아주머니를 자긴만의
방식으로 보살피고 사랑해주는 모모
어리지만
혼자 떠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모하메드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10살인 그대로 그녀곁에 남아 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그건 바로 그녀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14인 모모가 자기 곁에서
일찍 떠날까봐 10살이라고 속이며
학교까지 보내지 않은 그녀.
아버지가 정신병에 걸려 창녀인
본인의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지만 끝까지 숨기려했던 가련한 전직창녀 로자

똥과오줌을 싸서 냄새가 나는
그녀를 보면서 구역질 나는 냄새가
나도록 내가 그녀를 여기게 보이지 않도록
그녀를 꼭 껴안아 주는 모모
"무섭구나"
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그건 아주머니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라고 말해주는 모모, 가장 말썽쟁이였지만
결국에는 모든 아이들과 자신을 보살펴준
나이든 전직 창녀까지도 모든 정성과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모모.
"아줌마는 옷에 똥도 싸고 오줌도 싸지만
살아있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라고 위로해주는
14살이면서 10살인 모모
가사 상태로 죽어가는 눈동자를 지닌
아주머니를 보면서
히틀러의 사진을 보여주고
정신이 들게 하는 모습.
유대인인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처음엔 우스꽝스럽게 여기다가
다음에 생명의 끝순간에 절박하게 잡게 되는
이 모든 모습들은 너무나도 처절했다,

나치를 피해 늘 숨을 곳을 찾아다닌
로자아주머니는
일평생 가장 어두운 지하실로
숨어들어서야 안심했다.
병원에서 다른 사람의 실험체 구경거리로
그녀를 만들지 않게 하려고
그 지하실로 병든 95킬로의 거구인
로자아주머니를 엘레베이터도 없는
7층 방에서 힘겹게 옮기는 어린 모모.
자기를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어른이 없었던 모모에게 아주
작은 사랑과 관심만 가져주면
모모는 행복해했다. 그런 그 아이가
로자아주머니의 안락사를 의사에게
부탁하고 죽은 그녀의 곂에서 20일이
넘도록 향수를 뿌르고 그녀 얼굴을
알록달록 화장시켜주면 견딘
그 시간들 그 마음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일평생 비평가들의 질책과 힐난을
받은 작가 로맹가리.
결국 가명인 에밀아자르로 낸 이 작품을
통해 인생 최고의 극찬을 받지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이 둘이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오해와 이해받지 못한 삶
그건 작가의 삶 전반에서도
끝없이 이어졌을 터이다.
인종도 나이도 모습도 다르지만
모모와 작가의 이 연결선과
슬프지만 담담하게 풀어낸 이 소설의
이야기는 꼭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담겨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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